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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쇄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서구 중세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수도원을 중심으로 제작된 사본은 사람들의 신앙과 지식을 담당하는 특권적 매체였습니다. 사본은 오로지 말을 보존할 뿐 운반하는 매체는 아니었습니다. 양피지등에 쓰여진 중세 사본에는 다채로운 삽화가 그려져 있었고 텍스트의 머릿글자나 페이지의 여백에는 다양한 장식과 문양이 더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. 사본 페이지의 작은 평면은 그보다 훨씬 큰 벽화나 패널화에 견주어 손색없는 중세 회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였다고 하겠습니다.
이와 같은 중세 채색사본에 깊이 매료된 일본인 중 한사람이 중독학 전공의 학자이며 의사인 나이토 히로시씨 (쓰쿠바대학・이바라키현립의료대학교 명예교수) 입니다. 나이토씨는 일본의 미술관에 서구 중세미술 컬렉션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수십 년에 걸쳐 한 장씩 수집해 온 사본 약 150점을 2016년 우리 미술관에 일괄 기증하셨습니다. 이후 우리 미술관에서는 연구자 분들의 많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기증 작품의 조사로 컬렉션의 범위를 확장했으며 나이토씨의 뜻에 찬동한 나가누마 아키오씨의 기부금으로 사본 수집도 계속해 왔습니다.
이번 소기획전은 나이토 컬렉션을 체계적으로 선보이는 첫 무대입니다. 나이토씨가 수집한 작품은 제작지역도 제작년대도 다양하지만 중핵을 이루는 것은 13세기 이후 고딕사본입니다. 이 시대의 채색사본에는 그림이 문자들 사이에 자리하면서 이야기나 공간을 만들고, 본문에 들어가지 못한 부분은 여백으로 자리를 옮겨 텍스트 주석을 달기도 했습니다. 고딕사본의 소우주의 한 모습을 보이는 나이토 컬렉션의 작품군을 도쿄예술대학교 도서관으로부터 대여한 팩시밀리판 사본과 함께 소개합니다.